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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07-08 16:02 10 0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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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48. 숏폼이 문제다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쓱쓱 위로 넘기기만 하면 되니까 진짜 편해요.”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숏폼을 보고 있는 학생들의 반응입니다. 2024년 초중고교생 응답자 94.2%가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로 숏폼’(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을 꼽았습니다. 이것은 모바일 메신저나 유튜브, 동영상 사이트보다 이용률이 높습니다. 2010년 이후 출생인 알파 세대는 짧고 압축적인 영상, 찾아보는 수고조차 필요 없는 것에 끌리는데, 바로 숏폼 콘텐츠가 이런 자극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예전에는 요리를 준비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요리책을 펼쳐보거나 개인 블로그에 올려놓은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온라인 검색어에 단어만 치면 숏폼 영상이 제일 먼저 뜹니다. 스피드 있고 감각적으로 진행되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자연히 그쪽으로 눈이 갑니다. 그 후로는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SNS 알고리즘에 따라 비슷한 영상이 계속 올라옵니다.

숏폼 콘텐츠는 어른들도 한 번 보면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최근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온라인에 과도하게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청소년이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중독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숏폼 콘텐츠 확산입니다. 긴 시간 동안 시청해야 하는 롱폼콘텐츠와 달리 숏폼은 순간적으로 시청하고 자극적인 정보를 수용할 때가 많아서 중독성이 더 큽니다.


숏폼 중독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직접적으로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이 숏폼 콘텐츠에 빠져들면 도파민 중독과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현상이 생깁니다. 이른바 뇌를 팝콘처럼 부풀게 만드는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뇌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집중력과 인내심이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 디지털 매체 과사용을 꼽았습니다.


칭얼거리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휴대폰을 아이 손에 덥석 쥐어주는 어른들을 많이 봅니다. 소아병원에서는 진료나 치료를 할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짧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관심을 다른 데로 분산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숏폼 콘텐츠를 자주 시청하면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직 뇌가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하게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짧은 쾌락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짧고 강렬한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 아이 뇌는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합니다. 긴 시간 집중하거나 충동 조절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는 숏폼으로 부정적 정보를 얻었을 때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숏폼에 빠졌다가 부모에게 혼나서 못 보게 되면 우울감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사용자들의 숏폼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숏폼 업계는 1020세대를 가장 큰 고객군으로 보고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에 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숏폼의 경우 수익까지 가능해 콘텐츠 생산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질 낮은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폐해를 일컫는 뇌 썩음(Brain rot)’을 올해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숏폼 중독은 일상에서의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숏폼이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의 뇌(Brain)를 썩게(Rot)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자제력을 갖추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숏폼 보기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생은 가급적 숏폼을 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시간을 정해 이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아동 숏폼 중독과 스마트폰 과의존을 막으려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 정부도 숏폼 폐해를 하루빨리 인지하고 적극적인 예방과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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