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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04-10 13:20 50 0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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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42. 산불 진화하느라 애쓴 여러분 만세!

 

 

누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던가요? 저는 20253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3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열흘 동안 초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곳엔 최악의 상처만 남았습니다.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산림과 주택 소실, 자연생태계까지 전방위적인 피해를 낳았습니다. 피해 면적은 약 48ha, 이는 축구장 6,700여 개 규모에 해당합니다.


지리산국립공원과 맞닿은 구곡산에서 시작된 산청 산불이 닷새 만에 지리산 경계를 넘었을 때입니다. 천왕봉까지는 단 4.5km! 강풍과 건조한 날씨, 해발 9m의 험준한 산세 등 3가지 악재 속에서 사투를 벌인다고 했습니다. “비야, 내려라. 제발 저놈의 괴물 산불을 쓸어가다오.” 저는 뉴스를 보면서 발만 동동 굴렸습니다. 하동의 친정어머니 안부를 수시로 확인했고, 친구들은 저에게 하동 소식을 물었습니다.


산림당국에서 천왕봉 앞 4.5km 지점에 ‘3중방화선을 구축하고, 낮엔 헬기 55, 야간엔 인력 1천여 명과 장비 240여 대를 투입해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 진화 작전을 펼쳤습니다. 28일부터는 담수량이 5배나 큰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가 투입되었습니다. 고지대에다 최대 1m에 이르는 낙엽층으로 인해 헬기에서 뿌린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숨어 있던 불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해 진화에 애를 먹었습니다.


드디어 열흘간의 사투 끝에 주불을 잡고 지리산을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방화선이 뚫렸으면 천왕봉까지 3시간이면 불길이 도착해요. 그랬다면 손도 못 쓸 뻔했어요.”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열흘 동안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한결같았습니다.


국토의 60%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이상기후까지 겹치며 거의 해마다 큰 산불이 납니다. 산림청은 2년 전 ‘2023 봄철 전국동시다발 산불백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백서에는 이번 산불에서 지적된 문제와 개선책들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조기 진화에 효과적인 

대형 헬기를 12개 권역마다 2대씩 총 24대 이상 확충하고 전문 진화 인력도 2,5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형 헬기 2대를 늘린 게 전부이고, 전문 인력은 단 한 명도 늘지 않았습니다.


인력 공백을 전문성이 부족한 지역주민 등 민간인들로 메우면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2일 경남 산청 구곡산 산불 현장에 환갑이 넘은 민간 진화대원 8명과 공무원 1명이 장비도 못 갖춘 채 투입됐다가 4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또한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70대 조종사가 30년 된 노후 헬기를 몰고 출동하다 추락해 숨졌습니다.


특히 이번 산불 피해로 인한 최악의 인명 피해가 인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부분 6080대인 산불 사망자들은 집에서 발견되었거나 뒤늦게 화마를 피하려다 도로나 차 안에서 숨졌습니다. 대피 경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늦었던 것입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이번처럼 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는 상황이라면 선제적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게다가 큰 산불이 날 때마다 비 오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최악의 산불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2020년 집 5백 채를 태운 미 오리건주 벅산 산불, 화재 후 나무를 솎아내어 인근에서 큰불이 났을 때 피해를 입지 않았답니다. 또한 혼합식재를 통해서 불에 내성이 강한 숲 구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한 종류의 나무로 숲을 구성하면 화재는 물론 병충해에도 취약하고 나무들이 고사하면 산사태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45일은 한식(寒食). 한자 그대로 옛날부터 찬 음식을 먹었고 불의 사용을 금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대왕이 한식 사흘 동안 불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왕명을 내린 기록이 있습니다. ‘작은 불씨가 큰 재난을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산불 예방에 동참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과 적극적인 복구 정책이 실현되어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기원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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