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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04-23 12:19 39 0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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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43. 기록하고 기억합시다

 

 

지난 410제주4·3기록물산림녹화기념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인류의 주요 기록들이 선정 대상입니다. 책과 사진, 지도, 악보, 음성기록물 등을 포함합니다.

제주4·3기록물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기록물입니다. 그 안에는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 등 14673건의 역사적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이와 같은 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이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사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통해 아픈 과거사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림녹화기록물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를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산림녹화하는 경험을 담은 자료입니다. 녹화사업과 관련된 관보, 법령, 책자, 사진 등 9619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대규모 사방사업, 화전정리사업 등에 관한 기록물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이 자료는 세계의 다른 개발도상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이자 기후변화 대응, 사막화 방지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한 본보기가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늘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그런 까닭에 제주4·3기록물산림녹화기념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침 제가 사는 곳 가까이 조선시대 성곽인 수원화성이 있고 화성성역의궤라는 기록물에 대해 아는 바가 있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수원화성은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 인근으로 옮기고 현륭원이라 이름 지은 후 다산 정약용에게 설계를 맡겨서 지은 곳입니다. 저는 인문학수업에서 다산의 생애를 다루면서 취재차 수원화성에 여러 번 다녀왔는데 건축의 아름다움과 축조 기술, 정교함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28개월간 수원화성을 축성하며 그 건설 과정 및 제반사항들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여 남긴 화성성역의궤의 존재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화성성역의궤에는 공사에 사용된 각종 기자재의 상세한 모습과 사용방법, 담당 관청들의 명칭과 관원들 이름, 축조 과정에서 사용된 물품의 종류와 수량 등 모든 내용들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건물의 격자 모양이나 축성에 사용된 재료를 어느 지방에서 출처하여 공수했는가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심지어 건설 과정에 참여한 기술자 석수(石手) 642, 목수 335명 및 기타 일반 백성들의 이름과 심지어 성역에 사용된 금액조차 표기되어 있습니다.


사실 수원화성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건물이 불에 타거나 사라졌습니다. 1996년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지금은 장락당을 비롯해 480칸 이상이 옛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세계의 많은 문화유산들이 지어진 지 수백년이 지난 탓에 새로 지어지거나 현대기술로 섣불리 복원해서 세계문화유산의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화성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화성성역의궤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화성성역의궤라는 자료를 통해서 수백년 전에 지어졌던 성을 100% 복원했다는 사실에 심사위원들이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원화성은 기록에 의거하여 유지보수 및 복원을 하여도 세계문화유산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특이한 경우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번 제주4·3기록물산림녹화기념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을 담은 2건의 기록물들이 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4·19혁명 기록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기록문화 강국으로서 그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기대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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