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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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44. 오로지 사랑 오로지 평화
부처님오신날을 두 주 앞둔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향년 88세로 선종(善終)하셨습니다. 교황은 평생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며 복음을 실천한 인물입니다. 선종 전날인 20일 부활절 대축일에 성베드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 부활절 메시지를 전하셨기 때문에 갑작스런 선종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저는 불교신자이지만 종교를 떠나서 그분의 행적에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던 터라 슬픔이 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처님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오신 길을 짧게나마 살펴볼까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철도 노동자의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2013년 3월에
즉위해서 가톨릭교회 사상 첫 남미 출신이자 비(非)유럽권 교황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린 교황은 재위 12년 동안 청빈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에도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교황청 방문 때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교황청 방문할 돈으로 빈자들에게 기부하라”고 말했습니다. 소탈한 면모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참석 때도 드러났는데, 구두가 너무 낡아서 신부들이 새 구두를 사드렸을 정도였답니다.
취임 넉 달 만에 교황청 밖 첫 미사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서 집전했는데, 이 섬은 정치 불안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경유지였습니다. 이처럼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전향적이었습니다. 2016년 “예수도 난민이었다”며 바티칸 특별미사에 빈민과 난민 6천여 명을 초대했고, 2023년에는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해서 ‘가톨릭교회의 중대한 변화’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인의 비극에 눈을 감고 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무관심”이라며 국제사회에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음력 사월초파일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입니다. BC 5세기경에 출생한 부처님의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입니다. 싯다르타는 왕자였기 때문에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왜 힘센 동물이 힘없는 동물을 잡아먹는지, 어떤 사람은 잘 먹고 잘사는데 왜 어떤 사람은 못 먹고 못 사는지 관심이 많았습니다.
싯다르타가 명상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은 이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45년 동안 인도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가르침을 베푼 싯다르타는 ‘석가모니(석가족에서 나온 성자)’라는 존칭을 얻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당시의 지나친 사변적 논리를 떠나 인간 현실에 주목하였으며 인생의 무상과 고통을 이해했습니다. 그 기본이 되는 가르침이 사성제(四聖諦)입니다. 즉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 원인을 탐구하는 것, 원인을 없앰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맞이하는 것, 고통을 없애는 길을 올바로 깨닫고 실천하여 바르게 살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 SBS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김진 목사, 성진 스님, 하성용 신부, 박세웅 교무가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보았습니다. 각 종교계 대표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서로 종교의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존중해주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들은 4대 종교 성직자 중창단 ‘만남중창단’을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 차례 초청을 받아서 해외공연도 다녀왔는데 외국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가 신기한 모습인가 봅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이때,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매 순간 갈등하고 충돌하는 우리들 아닙니까? 그리고 법적 질서를 무시하고 자기가 선호하는 이념만 주장하며 국민들 편가르기에 앞장서는 종교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모쪼록 이 땅에 사랑과 자비와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며 그것을 위해 몸소 실천한 성인들을 기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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