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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나무 교실

2025-09-30 16:02 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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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나무 교실

 

먼 옛날

서라벌에서 오신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짚고 온 지팡이 꽂아 놓고

신선이 되어 입산하셨다는데

선생의 말씀인 듯

푸조나무 지팡이 뿌리내려 천년 세월 열매 다디달아

그 나무 곁에 왕성 초등학교 세우고

아이들은 입안 가득 우물거려

점점점 까망 말씀을 가슴에 새겨왔다네

다디단 전음

시대가 변해도 운명처럼 펼쳐지는 저 까망 열매들

새들도 날아와 읽고, 지나가는 차들도

바퀴에 문신처럼 새기고 가고

다람쥐도 제집에 물고 가 서재에 꽂아 놓는다지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도

삶에 이치는

높은 나뭇가지 다디단 열매 같은 것이라서

익어 떨어질 때 가슴에 나누어 새기는 것이라

까까머리 청춘 나무 흔들어 설익은 열매로

조급하게 길을 묻지 말라고

 

천년 고목이 가을에도 까맣게 열매 익어

설법하고 있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스토리문학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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