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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칼럼

77. ‘폐쇄 위기’ 보건소 지킨 시니어 의사들

8시간 29분전 2 0 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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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77. ‘폐쇄 위기’ 보건소 지킨 시니어 의사들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는 사례가 여전합니다. 지난주에는 경기도 안성의 30대 임산부 A씨가 양수가 흐르는 응급 상황에서 25개 병원으로부터 수용 거절을 당해서 전북 전주까지 헬기로 이동해 출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월 대구에서 발생한 쌍둥이 임산부의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어느 지역에서든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5월에 청주의 임산부가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서 부산까지 이송됐다가 태아를 잃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일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의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가 되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저출생을 극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여봐야 이런 현실을 방치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드라마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비주류 의사가 의료계의 권위와 부조리에 맞서는 내용입니다. 특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파업 등 국내에서 논란을 빚은 의료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 마치 의료계의 ‘참교육(본지 69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실에는 돈벌이에 급급한 의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먼저 ‘요셉의원’을 설립하고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 건강보험 체납자 등을 무료로 진료한 선우경식 원장이 생각납니다. 그는 2008년 뇌출혈로 쓰러지고 사후 국민훈장 동백장이 추서되었지요. 이곳에서 39년간 약 77만 명의 환자가 무료 진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상주 의사 고영초 원장이 대학시절부터 53년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의료 소외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인에게 주는 ‘JW성천상’의 올해 수상자는 김용민 전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입니다. 그는 안정적인 교수 생활을 마다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에티오피아, 남수단 등 분쟁지역과 의료 취약지에서 환자를 치료해온 정형외과 전문의입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의료진에게 수술을 가르치고, 사비로 현지 의사의 한국 연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시니어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사례집 “다시 이음”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오랫동안 동네 의원이 문을 닫거나 진료할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던 지역의 3명 시니어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북 군산의료원 임종선 정형외과장(66). 그는 수도권 병원에서 손 부위 외상과 미세 수술 분야를 전문으로 진료하다가, 2023년 말 군산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방에는 농사나 어업 활동 중 손을 다치거나 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진료실에는 환자가 끊이지 않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 및 응급의학과 전문의 진영호 교수(66)는 전북대병원에서 응급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퇴직 후 남원의 두 곳 보건지소를 오가며 주민들의 건강과 일상을 살피고 있습니다. 덕과면 750명, 사매면 9백 명 정도로 인구수가 2천 명이 안 되는 두 보건지소는 그가 가기 전 폐쇄 예정이었습니다. 그는 “은퇴 이후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36년간 개원의로 아이들을 진료하다 지난해 은퇴한 최낙완 전문의(75). 그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약 3년간 중단됐던 경기 가평군보건소의 소아 진료실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그가 부임한 뒤 주민들은 가평 안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와 영유아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의료 공백이 발생했을 때 오랜 경험을 가진 의사들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든든한 공공의료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둔 만 60세 이상 의사를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에 연계하고 오랜 진료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전문 역량을 지역의 의료공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니어 의사 지원사업’을 정부가 계속 활성화시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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