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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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75. 나를 사랑하는 시간 만들기
지난주에 “의왕시 작가를 만나다” 프로그램의 하나로 ‘문학작품을 통해 나의 버킷리스트 찾기’라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도서관의 대형 강의실이 아니라 작은 책방에서 십여 명이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삼면이 책으로 꽉 찬 공간이어서 미리부터 마음이 넉넉했습니다.
버킷리스트는 영어 표현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한 말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뜻합니다. 즉 살아 있는 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이나 목표를 담는 의미로 쓰입니다. 저는 가장 먼저 참가자들에게 빈 카드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버킷리스트’를 1~5개 정도 적게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적은 목록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역시 ‘여행’이었습니다. 유럽, 미국, 일본 여행부터 오로라 보기, 루브르 박물관 관람, 제주에서 한달살기 등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습니다. 제2직업을 향한 욕구의 하나로 작가 등단, 내 책 출판, 문화공간 운영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귀기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도 높았습니다. 이것은 신기하게도 <서울 50세 이상 남녀 140명을 대상으로 한 버킷리스트 조사> 목록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제 소설집 《아이 캔 두 이모》에 나오는 인물들이 원하던 바를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해뜰 날>에서 가축방역관 주 선생의 투철한 직업의식,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에서 배변의 어려움, <아이 캔 두 이모>에서 주인공 이모의 배움에 대한 욕구, <모니터링 하는 시간>에 나오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등. 문제가 크든 작든 인물들이 원하는 그 자체가 바로 버킷리스트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버킷리스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17년에 재개봉한 영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 즉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만 역)와 재벌 사업가 잭(잭 니콜슨 역)이 시한부 병동의 같은 병실을 사용하게 됩니다. 옥신각신하던 중 서로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를 돌아다보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병원을 뛰쳐나간 두 사람은 타지마할에서 세렝게티까지 여행하기, 최고급 레스토랑과 허름한 타투샵 가기, 구형 스포츠카와 프로펠러 비행기 타기 등 함께 만든 리스트를 들고 모험을 시작합니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채울까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진짜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가장 위대한 버킷리스트는 관계의 회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참가자들은 버킷리스트를 다른 표현법으로 ‘희망사항’ ‘가보지 못한 길’ 혹은 ‘가고 싶은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버킷리스트는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문득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생각이 났습니다. 어느 날, 다음 주까지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보라’는 숙제를 내줬습니다. 그랬더니 한 중년여성이 ‘자신을 위한 상 차리기’를 해서 행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얘기인즉, 평소에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느라 자기 취향은 뒷전이었는데, 이번에는 장을 볼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각종 쌈과 생선, 과일을 준비해서 자기만의 식탁을 마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버킷리스트는 거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계 일주보다 아버지와 산책을 하며 대화를 하는 일, 유명한 산을 오르는 것보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걸어 보는 일, 소원했던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일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에 제 남편은 ‘올드 팝송 3곡 외워서 부르기’가 버킷리스트라며 열심히 노래를 듣고 부르며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항목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입니다. 당신은 어떤 버킷리스트를 갖고 계시는지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한번 찾아보시겠습니까?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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