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호정 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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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 59호

홍매   겨울밤은 여전히 길고대숲에는 서릿발이 댓잎을 이고 있는데통점마다 붉은 몽우리캄캄한 겨울을 뚫고 나왔다   고초는 향기로 말하고한은 꽃으로 맺히는지눈짐작으로도 손끝이 아리다   그리운 이의 이름처럼저릿저릿하고 아슴아슴한 꽃아…

하동타임즈 2026.01.07 210

봄을 그리다 59호

 봄을 그리다   화구를 펼쳐놓고겨우내 스케치해 놓은 화선지에물감을 풀어 연둣빛 툭툭 던진다선혈을 터트리고, 물방울 뿌려나물바구니에 꽃을 꺾어 담은 아낙이 냉이랑소곤거림과쟁기 진 사내 앞서 가는 누렁소 느린 풍경을넣어도 좋겠다바람이 파문을 긋는 호…

하동타임즈 2026.01.06 216

등불 58호

 등불   내 친구 강호는형제가 많은 맏이지그 친구의 아내시부모 고요한 햇살 아래동기간 매듭을 이어 꽃 피우는 마음어찌 눈물은 없었겠는가눈물이 씨방에 고인 탓이리한동안 앓아 누었었지민들레 꽃대에 피워낸 세월미운 정 고운 정 홀씨에 실어 보내고무심의…

하동타임즈 2025.12.19 221

화개 녹차 57호

 화개 녹차   화개골 사람들은녹차를 냉수 마시듯 한다감기몸살 들어 뜨겁고 오한이 들어도녹차 한 사발로 달랜다텃밭에도 산비탈 바위틈에도녹차를 심어하얀 눈 내리는 날에도푸른 차밭을 바라보며녹차를 마시며 몸을 덥힌다   초봄 신생의 찻잎을…

하동타임즈 2025.12.10 227

개미 56호

개미   땅속에 개미가 집을 짓는다대들보를 끌고 들어가고기둥감을 물어 나르고사람이 사는 기슭에이고 진 개미들이 줄을 서 들어간다   밟히고 빼앗기는 멸시를 피해척박한 지상 아래성을 쌓는 그들만의 영토   한 걸음 한 걸음캄캄한 굴속…

하동타임즈 2025.11.21 244

고로쇠나무 55호

고로쇠나무   지리산고로쇠나무   얼어붙은 길을 녹이는 햇살 좋은 날물 한 동이 내어놓아마을 잔치 벌어졌다   겨울잠 덜 깬 반달곰이랑 목청 가다듬는 개구리아지랑이 산책하는 나비도 볼딱지 퍼렇게 언 진달래한 사발씩 목을 적시고 있다…

하동타임즈 2025.11.03 242

누란의 미인 54호

 누란의 미인   기다린다고 했었지몇천 년이 지나도기다린다고 했었지   낙타에 젊음 싣고멀리 떠나버린 나를기다린다고 했었지   초원의 달빛에 취해서향유고래를 타고파도를 넘나들다가너와의 약속 잊어버렸다   미안하…

하동타임즈 2025.10.22 235

푸조나무 교실

푸조나무 교실   먼 옛날서라벌에서 오신고운 최치원 선생이 짚고 온 지팡이 꽂아 놓고신선이 되어 입산하셨다는데선생의 말씀인 듯푸조나무 지팡이 뿌리내려 천년 세월 열매 다디달아그 나무 곁에 왕성 초등학교 세우고아이들은 입안 가득 우물거려점점점 까망 말씀을 가…

하동타임즈 2025.09.30 257

잃어버린 행성 52호

 잃어버린 행성   고성 바닷가 벼랑에서일억 년을 써내려 온퇴적의 경전을 보았네바스러질 듯행간마다 살다 간 생명의 장엄한 흔적   모래알 하나하나 들추어바다가 읽어주었네천년 전 천만년 전열 길 퇴적을 읊조리는 포말을 따라들어가다가일억 …

하동타임즈 2025.09.03 294

우물 속 우주 51호

 우물 속 우주   바다가 넓은 것일까호수가 작은 것일까소 구유만 한 어항에금붕어가 헤엄친다   저 외진 영혼은넓은 호수를 알까바다를 상상할까먹이를 달라고 삐죽 내미는 주둥이바글바글 기포기 산소를 마시며연애하고 산란하고 또송사리 태어나…

하동타임즈 2025.08.19 293

불구경 50호

 불구경   지상 최강의 동물이이웃에게발톱을 드러냈다   날갯죽지 부러진 새가 퍼덕인다   털빛이 다르다고먹는 것이 맘에 안 든다고제 영역을 쳐다봤다고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쥐고부리로 쪼고 있다   둥지가 무너지…

하동타임즈 2025.08.08 294

범왕 마을 49호

범왕 마을   성벽도 망루도 없는 산중에대궐터가 있습니다앞산 뒷산 높아전략적 요충지 같지만아무도 탐내지 않는산골 마을입니다   다스릴 백성은 산짐승들이요말 없는 초목들뿐인데가야국 김수로왕이 계셨다는대궐터가 있습니다   산세가 좋아 …

하동타임즈 2025.07.24 289

다육이 48호

 다육이   물 한 동이 길어 20리 길 걸었다지땡볕에 신발도 없이길어온 물은머금고만 있어도 싶게 말라 갔겠지   아가, 여기는 물이 흔하단다물동이 내려놓으렴   먼 사막에서 시집온 아이사방천지 물인데볼따구니 가득 머금고 …

하동타임즈 2025.07.08 265

돌부처 47호

돌부처   어릴 적 뒤집어 가재 잡던 바윗돌이인고의 세월세찬 물길에 닳아 조약돌이 되었나요   냇가에 갔다가유난히 눈에 밟히는 조약돌 하나 주워 왔네요각진 모서리 다 내어주고반짝이는 사리만 남았네요   그날당신이 온정으로 품고 있던…

하동타임즈 2025.06.17 294

권위의 의미 46호

 권위의 의미   층층이 얼어붙은나무의 뿔을 봅니다   꽃피우고 열매 맺어벌레와 새들을 부르던풍요의 뿔이었지요   고단한 눈송이 쉬어가는 뿔 위에새들이 포르르 날아와볼 비비고 있습니다지난여름 고마웠다고,야윈 발가락으로 토닥…

하동타임즈 2025.06.11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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